유승용의 LEADERSHIP NOTE

예전 대중을 현혹시키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공권력이 소위 ‘캐비넷 비밀’들을 세상에 하나하나 공개하듯이 이 잘못되고 무서운 모든 설계는 국가 권력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경찰도 믿을 수 있나요?” 영화 속 경찰의 마지막 대사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잊히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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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 잃어버린 ‘설계자’, 그래서 청소부는 대체 누군데’

‘허술한 설계, 부실한 시공’

‘감당하지 못하고 휘청이는 ‘설계자’’

최근 개봉한 영화 <설계자>에 대한 언론들의 혹평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의뢰받은 청부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의 설계를 통해 우연한 사고로 조작된 죽음들이 실은 철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최근 타깃 역시 아무 증거 없이 완벽하게 처리한 ‘영일’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이번 타깃은 모든 언론과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유력 인사인 검찰총장 후보다.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수 있는 위험한 의뢰지만 ‘영일’은 그의 팀원인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과 함께 이를 맡기로 결심한다. 철저한 설계와 사전 준비를 거쳐 마침내 실행에 옮기는 순간 ‘영일’의 계획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이때부터 주인공 영일도, 이를 지켜보는 관객도 의심과 혼란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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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펼쳐지는 사건이 사고인지 살인인지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의심에 의심이 되풀이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영화 내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적잖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하지만 결말은 좀 시원섭섭하다. 가장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빌런인 ‘청소부’가 누구이고, 그동안 그가 왜, 어떻게 살인을 사고로 설계했는지, 관객의 기대와 궁금증에 완전한 해소를 해주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개봉 직후 일부 관객의 반응이나 언론의 평이 그리 좋지 않다.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관점과 취향이 다양하기에 <설계자>의 흥행 여부는 일단 시간이 지나봐야겠지만 기자는 이 영화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훌륭하다’는 관점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작품의 보이지 않는 본질적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설계자>는 몇 가지 사회적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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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계자>의 숨은 메시지

첫째,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이름도 없고 직업도 변변치 않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든 비가시화된 인물들이다. 저마다 여러 어려움을 갖고 있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이 어려운 존재들이고 위험한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불안감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물론 이들이 청부살인이라는 용인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그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어떻게 이런 범죄에 가담하게 됐는지,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아무 책임이 없는지 한번 쯤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었다.

둘째, 우리 사회 유력인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검찰총장 후보자는 자신의 앞길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배우자를 고발하고, 그의 딸은 아버지에 대해 살인청부를 의뢰한다. 권력과 돈, 암투를 둘러싼 인륜을 저버린 행위들을 저지르고 만다.

셋째, 신뢰할 수 없는 미디어에 대한 불편함이다. 영화 속 사건이 전개되면서 신문, 방송 등 레거시 언론을 비롯 유튜버, 인터넷 매체 등 수많은 미디어가 뉴스를 여과 없이 마구잡이로 전하면서 대중에게 큰 피로감을 준다. 사건의 진실을 전달하기보다 보다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대중을 선동해 그들의 사적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신뢰할 수 없는 미디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일부 매체가 검증되지 않는 콘텐츠로 대중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뢰할 수 없는 국가 권력이다. 영화의 결말이 관객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진짜 빌런인 ‘청소부’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모호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마저도 애매모호한 캐릭터와 대사로 이 어마어마한 설계를 경찰이 한 것인가, ‘그럼, 경찰이 진짜 ‘청소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예전 대중을 현혹시키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공권력이 소위 ‘캐비넷 비밀’들을 세상에 하나하나 공개하듯이 이 잘못되고 무서운 모든 것의 설계는 국가 권력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경찰도 믿을 수 있나요?” 하는 영화 속 경찰의 마지막 대사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잊히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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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감독의 의도도 관객의 반응도 평가의 대상은 아니다. 그저 고귀한 예술로 받아들이면 된다. 단,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는 최근 영화가 개봉 직후 혹평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영화관을 나서면서 든 생각을 공유한다.

글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기자, leader100@leader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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