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것’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들에게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김민기 선생님의 인생을 다시 한번 반추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을 좇으려고만 하는 자들에게 하늘은 자신의 품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는 순수한 진리를 깨닫기를 바란다.

뒷것. 국어사전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가신 한 음악가(모두 아실 텐데 김민기 선생님, 단지 음악가로만 칭하기엔 한없이 부족할 정도로 우리 시대에 존경받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제목에 붙여지면서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다. 잘나고 능력 있어서 세상에 드러나며 소위 스타(?)로 살 수 있는 인생이었는데, 스스로 무대 뒤에서 드러나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온 그를 잘 표현하고 있다. 암울한 시절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위로해주고,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용기를 갖고 행동하게 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한 소극장을 운영하며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예술적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음악가와 배우 등 수많은 예술가를 키워서 세상에 내보냈다. 분명 그의 공적(功績)(?)을 생각하면 소위 ‘앞것’의 인생을 살았어야 할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평생을 ‘뒷것’으로 살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어떤 배경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가 운영했던 소극장 ‘학전’이 어려울 때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지만 순수하게 관객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만 운영하겠다고 했다. 예술적 본질을 추구하면서 순수한 보상만을 받겠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사업이 어려우면 사업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려움에 부닥친 대부분 사람은 당연히 그렇게 한다. 하지만 김민기 선생님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어쩌면 지금 그에 대해서 글쟁이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하늘에서 못마땅해할 것이다. 지금에 와서 많은 이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세상으로부터 존경받는 것도 그에겐 부자연스러운 상황일 테니 말이다.

‘앞것’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최근 한 CEO와 인터뷰를 했는데 “겸손은 훌륭한 리더십의 조건”이라며,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진정성에 확신을 가질 때 겸손해질 수 있는데, 겸손해져야 조용할 수 있고 조용해져야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뒷것’ 인생을 살려면 바로 이 ‘겸손’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가진 것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습성이 있다. 마치 자신이 세상을 다 가진 양 경솔한 행동을 일삼는다. 소위 ‘앞것’이 되려고 애를 쓴다. 진정으로 능력이 있고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절대 쇼잉(showing)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앞것’들이나 권력과 명예를 탐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한 리더십 그루(guru)는 “리더십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진정한 리더는 조직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도 그가 의도하는 생각과 가치가 조직에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리더십’을 펼치기 때문이다. ‘뒷것’의 삶을 통해 나오는 영향력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은 어떤가. 일부 기업가들은 ‘자신이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사업을 통해 사람과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미션(mission)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한다. 정치가들은 어떤가? ‘어떻게 하면 국민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24시간을 고민해도 모자랄 판인데, 자신의 안위와 출세욕으로 사적 욕구를 채우는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유용하며 남용하고 있다.

소위 ‘앞것’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들에게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김민기 선생님의 인생을 다시 한번 반추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을 좇으려고만 하는 자들에게 하늘은 자신의 품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는 순수한 진리를 깨닫기를 바란다.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기자, leader100@leader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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