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날카롭다. 방송을 통해 유쾌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지만 한 기업의 대표로 만난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기업의 성장세도 그렇고, 끊임없는 기부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장을 읽고 사업으로 연계시키는 능력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안선영이 달리 보이는 이유.

 사진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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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은 방송인이다. 대부분 그렇게만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라이브 쇼핑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18년간 실시간 라이브 쇼핑 중 추산이 가능한 시간 동안 그녀는 8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카운팅이 안 된 10년이 지난 시간까지 더한다면 족히 1조원 이상을 판매한, 연예인 게스트이자 제품 모델로는 거의 유일하다. 

“홈쇼핑 시장에서 저의 브랜드 가치이기도 하죠. 제가 회사를 처음 세팅할 때 남의 것을 8000억원 어치 판다면 100분의 1만 팔아도 몇 억은 벌 수 있겠다. 정말 딱 10분의 1만 팔아도 800억원 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제 남의 것을 파는 것은 그만. 내 것을 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카운팅할 수 있는 기록만 8000억원.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말한다. 세일즈라는 게 말발만 좋아서는 안 된다고, 상품을 소싱하는 능력, 상품에 대한 이해도,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그리고 지금처럼 온라인 시장이 커지며 소통하는 경영이 아니면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오랜 경력은 고스란히 자신의 노하우가 되었다.

사진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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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제 팬덤인 3040 주부. 사업을 기획할 때 불량 음식 때문에 한참 먹거리 이슈가 있었어요. 여기에서 아이템을 정했어요.”

많은 사람은 안 대표가 사업을 하면 화장품 분야일 것으로 생각했다. 조 단위로 판매를 한 사람이니 당연히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택한 것은 H&B, 헬스와 뷰티다.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먹거리 제품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자신이 찾아보고 좋은 게 있으면 소개하고, 없으면 직접 만드는 것이 콘셉트가 되었다. 만 3년 동안 그녀가 한 R&D 제품이 40개가 넘고 등록한 상표가 10개가 넘는다. 아는 사람은 안다. 전국을 다녀야 R&D가 가능한데 3년 만에 이런 성과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약간 미친 거죠. 요즘 유행하는 ‘돌은자’ 경영.”

사업 초기, 처음엔 방송인 안선영보다는 안선영의 이미지를 브랜드 콘셉트로 활용했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건강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육아와 일을 완벽하게 병행하는. 현재 그녀의 개인 팔로워는 14만5000명 정도. 당시에는 13만 정도였다. 그녀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덤을 활용한 이들 팬슈머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렇게 바로스코퍼레이션이 탄생했다.

사진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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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부가 태양이다

바로스코퍼레이션. 일단 BI의 키 컬러가 강렬하다. 핫 핑크. ‘바로’는 안선영 대표의 아들 이름이고, ‘바로 서다’라는 의미가 있다. 고대 라틴어로 태양이기도 하다. 바로스코퍼레이션의 주 고객은 주부다. 안 대표는 “엄마는 희생의 아이콘이고, 주부는 2인자로 비유하잖아요. 주부는 가정의 태양이고, 대한민국 소비의 주체라고 생각해요. 바로스코퍼레이션은 대한민국 주부를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회사, 그런 것을 다 갖춘 회사의 온라인 홍보 마케팅과 커머스 세일즈를 대행하는 회사예요.” 폭이 넓다. 그래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바로스코퍼레이션의 홈페이지 주소는 사명과 전혀 다른 ‘lovebazaar.co.kr’다. 이유가 있다. 그녀는 17년 이상 개인 기부금이 2억원이 넘는다. 기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사업의 토대는 오래 전, 기부에서 시작이 되었다.

“17년 전에 교회 앞마당에서 안 입는 옷을 팔아 기부하는 러브바자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연예인이니까 악플을 줄이고 선한 이미지를 주려는 의도였죠. 그런데 10년이 지나면 그게 제 것이 되잖아요. 사고 싶은 것 안 사고, 대출 못 갚아도 뭔가 기부를 안 하면 벌 받을 것 같고. 지금도 일이 잘되는 것은 기부 때문에 하늘이 돕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러브바자는 바로스코퍼레이션 홈페이지로 옮겨졌다. 온라인 러브바자 자체는 기부를 목적으로 하고 운영하고 더 나아가 사회 참여형 브랜드로 키울 예정이다. 러브바자를 하면서 기획, 섭외, 판매, 회계 등을 혼자 하다 보니 그때부터 사업에 필요한 내용을 저절로 익히게 되었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주부들에게 러브바자는 이렇게 마음을 알아준다. ‘착한 소비, 착한 기부, 온라인 러브바자.’

사진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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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포기할 수 없는 기쁨

지난 9월 안선영 대표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컨퍼런스의 특별연사 자격으로 강의를 했다. 유튜브로 동시 송출되는 온라인 컨퍼런스의 특징을 활용해 주제는 ‘3D-레볼루션(다이어트(Diet), 요구(Demand), 기부(Donation))’. 일반적으로 이런 행사는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만 안 대표는 그 상품이 고객에 어떻게 팔리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화두로 던졌다. 반응은 회자로 이어졌다. 

안 대표는 2014년 한국장애인재단 홍보대사로 임명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오랫동안 봉사를 하고 있어 중증장애인 똥 기저귀를 가는 것은 너무나 익숙하다. 매일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발달장애우도 여럿이다.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4년 전부터 매년 1명씩 선발해 온라인 러브바자의 수익 중 10%를 교육비로 지정 기부하고 있다.

1대 장학생 신수성은 그림을 그린다. 동물만 그렸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여시키며 사회와 소통하도록 독려했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펑펑 울며 안 대표에게 전화했다. 동물이 아닌 기차를 그렸다고. 그룹전이긴 하지만 신수성은 최초로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도 했고 삼성과 콜라보도 했다. 유한킴벌리에서는 그의 작품을 구입했다. 

장학생 이수정은 노래를 한다. <불후의 명곡>에 나가 최정원과 노래해 1등을 했다. 음악회 초청도 받고 방송 출연도 한다. 안 대표는 교육비 외에도 자신의 방송 경력을 살려 대중에게 지속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세 가지의 장애를 가진 신승민은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어 악보를 볼 줄 모른다. 하지만 정말 훌륭하게 피아노를 연주한다. 안 대표는 언젠가 이렇게 10명 정도 모이면 전시와 연주, 노래를 함께하는 공연을 하는 꿈을 꾼다.

사진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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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기질이 빛을 발하다

바로스코퍼레이션이 하는 일의 스펙트럼은 얇지만 굉장히 넓다. 브랜드 홍보 대행, 스타 마케팅, 온라인 세일즈, 커머스 대행, 제품 공동 기획 개발, 자체 R&D와 플랫폼 유통. 다른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시작은 어디일까? 안 대표는 스스로를 ‘고객의 니즈를 발 빠르게 캐치하는 사람’, ‘고객 중심의 세일즈 마인드가 철저한 경영자’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고객의 입장이 되어 보고, 고객의 생각을 읽는 사람이다.

건강에 유익하지 않은 성분을 빼고, 곡물을 튀기지 않고 로스팅해 바로 봉투에 우유를 부어 먹을 수 있는 셰이커 ‘바로 먹는 뮤즐리’는 출시 때부터 바쁜 워킹맘에게 인기가 높았던 제품. 어느 날 한 고객이 제품 안에 들어간 플라스틱 스푼을 보고 자신이 건강하자고 지구를 아프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는 말에 바로 플라스틱 스푼이 표기된 봉투 수 만 롤을 폐기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스푼을 종이 스푼으로 바꿨다. 엄청난 비용이 들었지만 결정과 실행은 과감했다. 파우더를 적은 용량으로 소분해 포장한 ‘소중한 올’은 아들 출산 후 시어머니가 주신 검은콩과 검은깨 가루를 냉장고에 넣었다가 냄새가 배어 불편했던 경험에서 탄생했다. 아들을 위해 생선을 구워주려 보니 염도가 높고, 구울 때 비린내가 심해 완조리 생선을 찾다가 없어 부산에 있는 수산업협회장을 직접 만나 만들게 된 것이 비리지 않다는 의미의 ‘안비’. ‘안비’느 고등어, 삼치, 이면수 등이 있다. 

이뿐이 아니다. 협업을 위해 업체 방문은 물론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한다. 안 대표는 제안을 하고, 자신에게 PB(Private Brand)를 맡기라고 한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MOQ(최소 구매 수량)을 자신이 다 떠안겠다고 한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그녀가 말하는 사업가 기질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연예인이 사업하는 데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습니다. 타깃이 되기 쉽기 때문이에요. 누가 투자했어요? 바지 사장인가? 연예인이 해봤자지,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요. 그래서 사업에 성공한 연예인은 방송에서 사라져야 성공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방송과 사업 둘 다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고정 MC를 해요. 온라인 마켓은 신뢰가 생명이거든요. 방송에 계속 나오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어라고 고객이 안심하게 하는 거죠.”

바로스코퍼레이션은 내년 4월에 새 사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휠체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높은 건축비 부담도 감수했다. 장애우도 고용할 계획이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안 대표에게는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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