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에 곁들일 레드 와인을 선택할 때 피노 누아나 네비올로 품종이라면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피노 누아와 네비올로의 진수를 선사할 와인 2종을 추천한다.

피노 누아를 위해 축복받은 땅, 카멀시티

흔히 피노 누아 하면 프랑스 부르고뉴부터 떠올리게 된다. 기후에 예민한 품종이라 수확량이 적었던 탓에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은 늘 최고급으로 추앙받았다. 다행히 몇 몇 와인 생산자의 열성적인 노력은 피노 누아 품종이 제대로 성장하는 데 알맞은 기후와 토양을 찾아냈다. 카멀로드(Carmel Road) 와이너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카멀 시티도 그중 한 곳이다. 피노 누아 품종 재배에 환상적 기후 조건을 갖춘 이곳에 대해 소믈리에들은 ‘축복받은 땅’이라고 표현했을 정도. 카멀시티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몬테레이카운티(Monterey County)에 위치하며, 원래 이름은 ‘카멀 바이 더 시(Carmel by the Sea)’다. 보통은 그냥 카멀시티로 통한다. 

‘카멀로드 피노 누아(Carmel Road Pinot Noir)’는 잭슨 패밀리 와인(Jackson Family Wines)의 부티크 와인이다. 1982년 제스 잭슨(Jess Jackson)이 설립한 잭슨 패밀리 와인은 현재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칠레에 35개의 와이너리를 소유한 미국 최대 가족 경영 프리미엄 와인 생산 회사다. 4년 연속 미국 판매 1위 샤도네이, 10년 연속 최다 수상, 나파 밸리 프리미엄 와이너리 최다 보유, 미국 와인 대회 역사상 최초의 플래티넘 와인 수상 등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의 기록 파괴자(Record Breaker)라 불리며, 제스 잭슨은 설립 10년 만에 <포브스>가 선정한 백만장자 대열에 진입한 미국 와인의 신화적 존재로 꼽힌다.

 

카멀로드 몬테레이 피노 누아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의 진수, 카멀로드 피노 누아

카멀로드 피노 누아는 피노 누아 100%로, 92%의 프렌치 오크통에서 6개월간 숙성해 출시한다. 세계 와인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게 피노 누아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맑게 빛나는 루비 빛깔이 밝고 신선한 느낌을 주며, 잘 익은 베리류의 향이 오롯이 전해진다.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에서 느낄 수 있는 과실 잼과 같은 농축된 향, 화사한 붉은 꽃 향, 그리고 오크통 숙성으로 인해 약간은 거친 듯한 커피 빈과 토스트한 아로마가 조화를 이룬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과 적당한 산도가 균형을 이뤄 기분 좋은 상쾌함을 전한다. 와인이 줄 수 있는 과일의 매력적인 향과 입안에서 이루는 밸런스를 가장 잘 표현한 와인이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한때 여느 연예인 못지않게 SNS에 화제를 모은 유명 그룹사의 임원이 ‘가성비 최고의 와인’으로 포스팅해 폭발적 관심을 모으기도 했으며, 2015년 초 대한민국 대표 소믈리에 16인이 뽑은 100여 종의 와인 중 가장 맛이 좋았던, 일명 ‘스페셜티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카멀로드 피노 누아는 한식과 중식, 양식과도 찰떡궁합이다. 산도가 적당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와인인 만큼 육류와 잘 어울린다. 약간의 기름기와 젤라틴이 풍부한 족발과 매치했을 때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특유의 향신료 향이 배어 있는 동파육에도 풍부한 레드 베리 향, 플로럴 향이 가득한 카멀로드 피노 누아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와인의 왕’을 탄생시킨 이탈리아 바롤로

바롤로(Barolo) 지역은 네비올로(nebbiolo) 품종으로 잘 알려진,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대표 와인 생산지이자 세계적인 명품 와인 생산지다. 각종 와인 평가서와 이탈리아 와인 전문 서적에서, 그리고 1980년 최초의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이탈리아 와인 등급 중 최고 등급)가 선정될 때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바롤로 단 세 지역만 들었다는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와인과 비견될 만큼 바롤로는 ‘와인의 왕’ 탄생지로서 오늘날까지 그 명성을 이어왔다. ‘프루노토 바롤로(Prunotto Barolo)’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와인 가문 안티노리 (Antinori)가 소유한 바롤로 지역 와인이다. 1904년 알프레도 프루노토(Alfredo Prunotto)가 설립했으며, 포도밭은 이탈리아 랑게(Langhe) 지역의 심장부에 있는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의 중간, 완만한 언덕의 타나로(Tanaro)강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원형극장처럼 산과 강이 둘러싼 모양을 하고 있어 다양한 포도 생장을 위한 세밀한 기후를 만들어낸다. 참고로 ‘프루노토’라는 포도밭 이름에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도 숨어 있다. 나폴레옹 군대의 대령이 수년간의 전투 끝에 현역에서 물러나 이 지역에 정착 했는데, 그가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원형 경기장처럼 조성된 프루노토 포도밭
프루노토 바롤로 와이너리
프루노토 바롤로

 

네비올로 100% 와인, 프루노토 바롤로

프루노토는 겨울 막바지까지 발효를 거치며 양조와 숙성 과정에 다양한 크기의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하는 등 오늘날까지 양조장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1년 바롤로 부시아(Barolo Bussia)를 생산하며 피에몬테 지역 최초의 크뤼 등급 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통 방식에 따라 생산된 프루노토 바롤로는 네비올로 100%를 오크통에서 24개월간 숙성 후 다시 12개월간 병 속에서 숙성해 선보인다. 높은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이 매력적인 피노 누아와 달리 네비올로는 마른 장미와 타르 향으로 대표되는, 풍부한 아로마의 풀보디가 강점이다. 프루노토 바롤로 역시 깊이 있는 석류 빛깔에 제비꽃 향을 비롯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매력이 첫 모금부터 전해지는 건 아니다. 프루노토 바롤로의 매력은 와인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장미꽃, 제비꽃 향 등 오묘하고 황홀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입안을 채우는 풍성한 향과 뛰어난 맛의 밸런스, 여기에 마치 벨벳처럼 감싸는 타닌이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긴다.

음식과 함께 즐긴다면 프루노토 바롤로 와인의 맛과 향을 더 풍부하게 만끽할 수 있다. 파스타, 리소토 같은 이탤리언 메뉴와도 더할 나위 없지만, 마블링이 좋은 꽃등심은 최고의 마리아주라고 할 수 있다.

 

자료 제공 (주)아영F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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