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고 우아한 레드 와인의 여왕

피노 누아에 얽힌 별명이 있다.

레드 와인의 여왕
가장 비싼 레드 와인

까다롭고 까칠한 레드 와인

섬세, 세련, 우아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품종

재산을 탕진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품종

 

피노 누아는 위 별명처럼 ‘무한 매력’이 있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 애호가라면 한번쯤은 꼭 빠지는 품종으로 유명하다. 피노 누아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탄닌(떫은 맛)은 약하고 산도는 강하며 신선한 과일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레드 와인이다.

피노 누아를 처음 마셔본 사람은 맛이 좀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도 낮고 묵직한 맛도 떨어진다. 좀더 거칠게 말하면 밋밋하다. 그래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했을 때 거의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와인을 조금씩 마셔 봄에 따라 탄닌과 바디감이 강한 와인을 즐겨 마시던 사람들도 결국은 피노 누아의 매력에 빠진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다양한 가격대의 피노 누아가 많아서 피노 누아를 초보자들에게 많이 권하고 있다. 그들에게 피노 누아의 매력은 ‘Easy to Drink’, 즉 마시기 쉬워서 즐겨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피노 누아가 이른바 ‘고급 와인’ ‘애호가의 와인’인 것과 참 많이 다르다. 피노 누아는 모든 포도 품종 중 가장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이다. 비교적 빨리 익는 편이며 수확량도 적다. 껍질은 청흑색으로 병충해에 약하다. 피노 누아는 서늘한 기후에서 특성이 잘 발휘된다. 색이 옅고, 껍질이 얇아서 탄닌 함량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피노 누아는 응축된 우아한 향이 있어서 윤기와 감칠맛은 감히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이다. 초기에는 체리, 딸기, 라즈베리, 제비꽃과 같은 향에서 숙성되면 장미, 송로 버섯, 가죽의 향 등 복합적이고 깊은 풍미를 낸다.

피노 누아의 주요 산지

부르고뉴: 로마네 콩티(Romanee-Conti), 라타슈(La Tache) 등으로 표상되는 세계 최고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떼루아와 생산자에 따라 품질과 개성이 매우 다른 와인이 생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부르고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급 와인의 생산지로서 미식과 와인의 고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프랑스어로 부르고뉴(Bourgone), 영어로는 버건디(Burgundy)라고 부른다. 부르고뉴는 보르도 와인 생산 면적의 1/4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고급 레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며, 희소가치 때문에 와인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가장 위쪽에 자리잡은 샤블리(Chablis)를 시작으로, 황금의 언덕이라 불리는 꼬드 도르(Cote d’Or)를 지나 꼬뜨 샬로네즈(Côte Châlonnaise), 마꼬네(Mâcon)를 거쳐 보졸레(Beaujolais)에 이르는 부르고뉴 지방은 보르도(Bordeaux) 지방과 함께 와인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다. 보르도가 대규모 와이너리들이 자리한 넓고 화려한 와인 산지라면, 부르고뉴 지방은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모자이크처럼 자리한 자그마한 포도밭과 농가들이 동화 같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작고 예쁜 와인 생산지역이다.

캘리포니아: 해안지역, 서늘한 기후의 석회질 토양에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루기가 까다롭고 재배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양조하기도 어려운 품종이 피노 누아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수년간 피노 누아를 심기에 적당한 위치를 찾는 실험을 하고 발포 기술을 개선함으로써 피노 누아 와인을 고급 와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탄닌이 적고 숙성 기간도 빠른 편으로 보통 2~5년 후면 숙성이 된다. 재배에 들어가는 추가적인 비용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최상급 피노 누아는 다른 품종에 비해 비싼 편이다. 캘리포니아 내 피노 누아 생산의 대표적인 지역은 몬테레이와 소노마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서늘한 기후라서 피노 누아를 재배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특히 몬테레이는 피노 누아의 재배 위치에서도 캘리포니아 최고라 할 수 있다.

워싱턴과 오리건: 이 두 지역은 모두 지난 20년 동안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어 부르고뉴 스타일의 피노 누아를 생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워싱턴 주는 현재 캘리포니아에 이어 와인 생산량이 2위다. 고급 와인 생산의 진가를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바로 날씨, 비 때문이었다. 하지만 워싱턴 주는 2개의 활화산이 만든 동부지역으로 1500만년 전의 엄청난 용암 분출과 빙하기 중의 거대한 홍수를 겪는 등 이른바 ‘지질적 격변’으로 우수한 포도를 재배하고 최상급의 와인을 생산하기에 이상적인 토양 조건을 갖췄다. 또한, 서해안 해양성 기후와 동부의 대륙성 기후 간에 큰 일교차가 있으며 강수량도 포도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양이다. 또한, 오리건 주는 매우 좋은 피노 누아 와인을 생산한다. 북위 도에 위치하며 태평양에 노출된 입지 조건으로 캘리포니아 보다 서늘하고 온화한 기후지역이라 부르고뉴와 같이 피노 누아 재배에 이상적이다. 1847년부터 꾸준히 새로운 품종의 포도를 재배하면서 서늘한 기후에 맞는 품종들이 오리건 주에서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도 생산할 수 있다. 오리건 주는 부르고뉴와 알자스에서 생산되는 클론(동일한 품종에서 변이로 생긴, 유전적 조성이 동일한 품종)을 수입하면서 고급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피노 누아에 대한 진실과 오해

피노 누아는 음식과 궁합이 어렵다?

피노 누아는 탄닌이 약하고 산도가 높은 즉, 화이트 와인의 느낌과 가장 비슷한 품종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힘있는 피노 누아는 강한 육류와도 궁합이 맞고 가벼운 피노 누아는 생선, 해산물, 샐러드 등과도 환상의 궁합을 보인다. 그러나, 맛과 향이 워낙 섬세해서 애호가들 중에 많은 사람이 “피노 누아는 안주없이 마실 때가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피노 누아와 잘 어울리는 음식 빅(big) 3

수육, 보쌈 때로는 돈가스 등 돼지고기로 만든 다양한 음식, 오리고기와 버섯 볶음이 잘 어울린다. 섬세한 맛의 피노 누아에는 강하지 않은 풍미의 치즈가 좋다. 가령 에멘탈(Emmental) 혹은 그뤼이에르(Gruyere) 치즈 같은 것을 추천한다. 앞서 품종을 소개한 대로 피노 누아의   큰 특징은 가볍게 마시기에 좋다는 점이다. 식사 후 다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 가볍게 점심으로 곁들일 수 있는 와인이 피노 누아이다. 이때 수프, 샐러드, 샌드위치 같은 음식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피노 누아는 왜 비싼가?

피노 누아는 껍질이 얇아서 병충해에도 약하고 손이 많이 가기에 재배하기가 까다롭다. 단위 면적당 산출량도 적다. 요리처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기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람이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로마네 꽁띠
로마네 꽁띠

최고가부터 합리적 가격의 피노 누아 와인 3선

도멘 드라 로마네 꽁띠 그랑 크뤼(Domaine de la Romanee-Conti Romanee-Conti Grand Cru, Cote de Nuits, France) 약 3,500만원

1년에 6,000병만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도 피노 누아로 만드는 Domaine de la Romanee Conti가 만드는 ‘Romanee Conti’다. Domaine de la Romanee Conti(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줄여서 DRC라고 부르며 프랑스 부르고뉴에 위치한 와이너리 이름이다. 본 로마네(Vosne Romanee) 마을에 있는 포도밭은 5세기에 로마군이 부르고뉴를 정복했을 때 로마네(Romanee)라고 이름을 붙였고, 18세기에 루이 15세의 측근이자 암사대 총수인 꽁띠(Conti)공이 이 포도밭을 사들일 때 자신의 이름을 연이어 붙여 로마네 꽁띠(Romanee Conti)라고 알려지면서 그 이름이 탄생했다. 와인 중의 왕자, 환상의 와인, 제비꽃 향기가 그윽이 퍼지는 듯한 장대하고 화려한 와인으로 피노 누아의 명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에서도 최고의 포도밭으로 손꼽힌다. 면적은 1.8㏊, 축구장 2개 정도 크기로 한국에는 빈티지(포도 수확년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소량 수입된다. 한 병에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다. 30년 전에는 수백만 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었으나 가격이 꾸준히 올라 이제는 평범한 빈티지도 병당 2000만 원 아래로는 구입할 수 없다. 로마네 꽁띠는 반드시 사람의 손으로만 수확하며 꼭 필요한 포도 가지만 두고는 모두 가지치기를 한다. 매년 새로운 오크 통에서 숙성시키는 등 자신들만의 비법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그 명성을 잃지 않고 있는 데에는 유명세를 탄 뒤에도 포도원을 넓히거나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정량을 지키며 와인을 생산한 데 있다. 희귀성을 높인 노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제한된 생산량으로 모든 딜러에게 공급이 불가능하기에 국가, 수입사별로 배당량이 정해져 있다.

일관되고 투명한 루비 컬러에,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나오는 달콤하고풍부한 향, 써머 푸딩과 약간의 스파이시를 동반한 환상적인 향을 느낄  수 있다. 입 안에서는 우아하고 힘이 넘치며, 신선한 과일의 깊고 단단한 균형이 느껴진다. 짙은 농도, 섬세하면서도 강한 구조감, 실크와 같이 부드러운 집중도, 멋진 순수함, 피니시에서는 무겁지 않은 힘을 자랑한다. 이 같은 매력 덕분에 마법과도 같은 와인이라고 일컬어진다.

 

흐모리케 레다모드 / 부에나 비스타
흐모리케 레다모드 / 부에나 비스타

도멘 흐모리케 프리미에 크뤼 ‘레 다모드’ (Remoriquet Nuits-Saint-Georges 1er Cru 'Les Damodes') 10만원대

레 다모드(Les Damodes)는 Premier Cru로 분류되는 뉘 생 조르주(Nuits-Saint-Georges) 마을의 길고 얇은 포도원 부지이다. 뉘 생 조르주에서 가장 큰 프리미에 크뤼 포도원 중 하나이다. 언덕 부분에서는 경사가 꽤 두드러지는데 이는 레 다모드의 테루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뉘 생 조르쥬 지역의 토양이 같은 석회암으로 만들어졌지만 코트도르보다 더 얇고 모래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또한 포도밭에는 암석의 비율이 더 높은데 이는 배수가 좋게 되어 포도나무 생장에도 도움을 준다.

레 다모드(Les Damodes)의 경사면은 햇빛 노출이 품질 결정의 관건인데, 흐모리케의 포도밭은 남동쪽 측면에 있기에 햇빛이 풍부하다. 포도나무는 하루 종일 적절한 일조량을 받으며 시원한 부르고뉴 기후에서 산도와 함께 풍부한 맛의 복합미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흐모리케가 좋은 탄닌 구조와 산도를 가진 고품질의 균형잡힌 와인을 생산하는 비결이다.

세계적인 와인 앱 비비노(Vivino)에서 평점 4.0을 받았고, 와인 스펙 테이터에서 매년 90점 이상 평점을 받는다. 프랑스 농림부 주관의 CGA(Concours général agricole)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생산자들로부터 크게 인정받게 된다.

레 다모드는 크리베리, 미세한 체리 향을 느낄 수 있다. 뉘 생 조르주에서 생산된 와인의 특징인 다채로운 향과 구조감, 바디감은 물론 우아함과 향이 퍼지는 생기발랄함이 기대 이상이다. 다양하게 레이어드된 피노 누아 향을 경험하고 싶은 리더, 피노 누아를 이제 막 시작하는 고객에게 인기가 많은 와인이다.

샤또 부에나 비스타 소노마 코스트 피노 누아(CHATEAU BUENAVISTA SONOMA COAST PINOT NOIR) 9만원

1857년 설립된 부에나 비스타는 캘리포니아 최초의 부띠끄 와이너리로 스페인어로 ‘Beautiful View(좋은 광경)’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가을 풍경과 잘 어울리는 피노 누아이다. 유럽의 350여종 포도나무를 미국에 들여오고 ‘Buena Vista Vinicultural Society’를 설립해 오로지 인력으로만 파낸 동굴 셀러를 설립했다. 이어  미국 와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설립자 아고스톤(Agoston)에 의해 단숨에 성장했으며 국립 사적지로 등록돼 있다.

2011 년 보이셋(Boisset) 가문에 인수돼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으며, 부에나 비스타 와이너리는 화제가 된 와인 영화<Sideways>의 뮤지컬 초연 무대이기도 하다. 소노마 카운티 지역 자체에서 더블 골드 메달을 수상한, 미국 피노 누아의 기준이 되는 와인으로 연간 7,766 케이스(약 46,000병)가 생산된다. <신의 물방울 최종장 마리아주> 6권 에피소드 50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와인은 투명한 레드 루비빛, 코에서는 블루베리, 블랙베리의 캐릭터가 향기롭다. 입에서는 자두, 라즈베리, 크렌베리, 오렌지 제스트 등의 싱그럽고 감미로운 캐릭터 기반에 초콜렛, 카더몬 향이 어우러져 있다. 서늘하고도 하늘하늘한 바디에 커피, 드라이 민트가 곁들여진 스파이시한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졸인 체리를 올린 터키 등 가금류 구이, 견과류, 올리브, 햄&치즈 플레이트와 잘 어울린다.

변원규  사진 제공 (주)와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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