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의 가장 큰 이슈다.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관심의 중심에 있지 못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 풋볼 리그(이하 사우디 리그)는 호날두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당대의 슈퍼스타다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좋지 못한 이슈들이 너무도 많다.

 

호날두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 FA(Free Agent: 자유 계약) 이적 형태로 알 나스르에 입단했다. 월드컵이 치러지는 와중에도 알 나스르 이적설이 심심찮게 나돌았지만, 이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정말로 알 나스르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월드컵 전후로 호날두가 보였던 행태를 살피면, 알 나스르와 같은 중동 클럽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호날두는 왜 중동으로 갔을까?
지난 2002년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CP에서 데뷔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 유럽 최고 클럽에서만 활약하며 ‘득점 기계’의 면모를 뽐냈던 호날두의 하락세가 도드라진 건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다시금 입은 후부터다.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클럽에서 또 한 번 도약을 위한 구름판을 마련하겠다는 일념으 로 행한 이적이었고, 올드 트래포드를 열광시켰던 젊었을 적 호날두를 기억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 역시 “웰컴 홈”을 외치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 이적은 호날두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호날두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더는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 최강으로 군림하던 팀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처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시무시한 몸 관리로 젊은 선수 못잖은 피지컬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 호날두지만, 그래도 늙고 노쇠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랄프 랑닉, 에릭 텐 하흐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맡은 지도자들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내린 벤치행 지시는 자존심 강한 호날두를 크게 자극했고, 호날두는 ‘조기 퇴근’ 등 여러 항명 사건을 일으키며 팀 분위기를 크게 헤쳤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때는 아예 공개적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해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러던 중 월드컵 개막 직전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 가진 인터뷰 가 모든 걸 망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 호날두의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와도 조율되지 않은, 말 그대로 호날두 본인의 의지에 의한 이 인터뷰는 모든 걸 파국으로 몰고 갔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간판스타가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엄청난 수위의 비난을 쏟아내자, 이례적으로 시즌 중 방출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했다. 호날두의 기량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이른바 ‘내부 총질’과 태업으로 일관하는 슈퍼스타의 존재는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쫓겨나듯 떠난 뒤에도 자신 만만했다.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상품성이 드높은, 그리고 여전히 톱클래스로 활동할 수 있는 기량까지 갖춘 만큼 곧 명성을 갖춘 새 팀을 찾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호날두는 십수 년간 함께 해온 특급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와 결별하고 새 대리인을 임명해 새 팀을 물색했는데, 그 대상은 유럽 최상위 무대인 UEFA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는 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굉장히 냉담했다. 그럴 만했다. 호날두는 유벤투스 시절부터 자신이 팀 내 최고 스타이자 최고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러 차례 팀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행위를 반복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재적했을 때는 이러한 경향이 특히 심해졌다.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팀의 위상을 넘어서는 존재는 외려 해가 된다는 걸 모든 유럽 명문 클럽들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호날두의 기량도 예전만 하지 못했다. 무려 ‘이적료 공짜’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내 이적을 하지 못하고 돈다발을 들고 온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나스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호날두의 사우디아라비아행에는 이처럼 보기 흉한 이슈들이 가득했다는 얘기다. 

 

 

사우디는 왜 호날두를?
그렇다면 알 나스르는 왜 호날두를 주목했을까? 요즘처럼 축구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지는 시대에 호날두가 이처럼 이전 소속팀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알 나스르는 알힐랄과 더불어 사우디 리그 최강자 중 하나라 늘 우승권에 자리한 팀이며, 나아가 아시아 클럽 최고 무대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정상권으로 평가받는다. 요컨대 물경 2억 유로(한화 약 2,700억 원)라는 연봉을 감당하면서까지 데려올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호날두가 필요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FIFA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처럼 스포츠를 통한 국가 이미지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일찌감치 2027 AFC 아시안컵을 유치했으며, 2030 FIFA 월드컵을 안방에서 개최하겠다는 의욕도 보이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돈이 명분을 넘어설 수 있음을 증명된 시대인 만큼,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계속 사우디아라비아로 끌어당길 매개가 필요했다. 그 매개가 바로 호날두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계산대로 호날두는 알 나스르 입단 직후 어마어마한 효과를 내고 있다. 호날두가 경기에서 뛰는지 안 뛰는지, 뛰었다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했는지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다뤄진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사우디 리그에 관심이 없던 한국 언론마저 호날두가 네 골을 넣었다는 소식을 타전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날두를 단순히 축구 선수로서 활용하지 않는다. 사우디는 호날두가 알 나스르에 입단하자마자 홍보대사로 삼았다. 여성 인권, 종교 등 여러 문제 때문에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굴레를 벗고 글로벌 스탠다드로 나아가고 있음을 홍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호날두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2025년까지 매해 그의 계좌에는 2,700억 원이 꽂힌다. 참고로 골 혹은 승리 수당 등 각종 보너 스는 빠진 금액이다. 유럽에서 뛸 때도 이미 가장 대단한 ‘부호(富豪)’ 스포츠 스타로 통했던 호날두가 커리어 막바지에 제대로 돈을 벌어들 이게 됐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는 얻을 게 별로 없다. 행여 사우디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한다고 해도, 이를 발판 삼아 유럽 빅리그로 돌아간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재차 강조하지만 호날두는 이미 전성기를 한참 지난 선수이다. 무엇보다 기량은 둘째 치고 평판이 너무 나쁘다.

 

설상가상으로 호날두는 이번 알 나스르 입단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비 난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노리고 있는 2030 FIFA 월드컵 유치를 호날두의 조국 포르투갈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호날두의 모습을 포르투갈이 곱게 볼 리 만무하다. 한동안 포르투갈 미디어들이 호날두의 알 나스르행을 고깝게 보며 비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날두는 월드컵 유치가 아닌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를 알리는 홍보대사라고 모국의 뿔난 여론을 잠재우려고 진땀을 흘렸다. 월드컵이든 사우디아라비아든, 주어진 구도가 모국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터라 호날두는 이러한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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