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고 있는 순간, 오류는 시작된다. 디지털 사용시간을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를 넘어 콘텐츠를 스스로 큐레이션해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 의식과 기세가 필요하다.

 

고전 철학 도서 《팡세》에서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사실, 즉 그가 방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서 유래 한다’라고 썼다. 개인에게 주어진 일상의 고요를 누리지 못하고, 디지털 이 선사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모습을 역설하는 듯했다. 도피처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라면, 더 길지 않은 슬픔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혼자만의 고요에 익숙해져야 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의존하고, 집착하는 감정을 조절하고 갈피를 찾는 연습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시간을 지배할 수 없다는 끔찍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일상을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프로세스를 사용한다. 지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우리 일상의 순조로움이 스마트폰 서비스에 달려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에 모두 공감했다. 디지털은 생업과 연결되어 있다. 소상공인은 계속해서 디지털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교통, 교육, 쇼핑, 업무 소통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뤄진다. 디지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이른다. 대부분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디지털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지만,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선택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한계를 만든다. 내 삶을 컨트롤 하는 것이 자신이 아닌 디지털이 된다면, 우리는 그 편리함에서 거리를 두고 생각을 전환할 가치가 있다. 

 

디지털 디톡스도 진화해야 한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인체 유해 물질을 해독하는 것을 일컫는 ‘디톡스(detox)’와 ‘디지털(digital)’이 결합한 용어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 디톡스는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디지털기기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플랫폼에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무분별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빅 포인트로 이슈가 된 콘텐츠는 많은 사람에게 언급되며 트렌드가 된다. 플랫폼의 탄생으로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가 공존하게 됐다. 그렇게 OTT(Over The Top) 플랫폼은 매일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성격을 지닌 콘텐츠를 선보인다.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그 콘텐츠를 통한 부가 콘텐츠들이 또다시 쏟아진다. 이렇게 우리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고 있 
다. 결국, 좋은 콘텐츠를 판단하는 능력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갖춰야 할 태도이자 역량이다.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디지털 디톡스로 이어질 수 있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빠른 배속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몇 개월에 걸쳐 방영된 드라마를 30분 만에 설명해주는 채널도 인기다. 뭐든지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수용해야 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이해해야 할까? 콘텐츠가 빠르게 전환하는 시대, 콘텐츠의 내용을 모르면 대화를 나누기 어렵고, 도태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다양한 콘텐츠를 풍부하게 소비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소비하는 콘텐츠가 어디서부터 기초했으며, 어떠한 영향을 주고, 왜 문화 사회적 트렌드로서 화두인지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경험을 통해 완성되는 정교한 취향과 디지털로 인지한 정보만으로 이뤄진 일면적 취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큐레이션된 정보와 콘텐츠를 수용하기만 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험을 통해 정보를 구성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는 태도와 능력을 키워야 한다.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휴대전화만을 바라보며 넋이 빠진 채 걷는다는 ‘스몸비(Smombie)’라는 단어가 진작부터 탄생했을 정도다. 스몸비를 하루에도 몇 명이고 마주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다양한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자동차가 오는 소리, 신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또한, 단발성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많아지고, 그 정보가 어디서 시작됐으며 무엇을 위해 소비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하며, 상상할 기회가 줄어든다. 그렇게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을 겪게 된다. 디지털에서 제공하는 즉각적이고 시각적인 형태에 익숙해져 현실 속 반응에 둔감해지고 변형된 뇌 구조를 말한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
팝콘 브레인은 한동안 이슈였던 문해력 저하 문제에도 영향이 있다. 짧은 콘텐츠와 이미지에 익숙해져서 긴 문장의 호흡을 따라가고 해석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디지털 프로세스에 익숙해져 오프라인에서 대처하고 사고하는 힘을 저하한다. 문해력 부족은 사람과 소통에 문제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 짚어보고, 그 생각을 진취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을 소요할 수 있다. 문해력은 문장과 상황 속에서 핵심을 캐치하는 이해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문해력이라고 불리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구성하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키우려면 일상에서도 생각의 맥락을 나누고,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얻는 정보를 벗어나 책을 읽고, 기록하는 연습이 절실하다. 결국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적절한 밸런스를 이룰 줄 아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즐기는 진취적 태도를 가지는 것을 권한다. 스스로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줄 알아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다시 발견할 수도 있다.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일지 궁금하다면, 예방 상담센터인 스마트쉼센터 사이트에서 스마트폰 과 의존도를 진단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옆에 있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때문에 업무(학업 혹은 직업 등)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같은 다양한 문항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중독으로 자신의 고유한 세계와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이제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기기와 스마트폰 사용시간 제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디지털 콘텐츠로 받아들인 데이터를 어떻게 구성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과 행동이 균형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이 디지털 라이프까지 이롭게 해줄 것이다. 또다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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