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대한 강한 믿음 보여
급진적 거북이 경영자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는 거북이처럼, 할 수 있는 것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지금 가진 것만 갖고 시작할 수 있는 것에서 변화를 시작한다. 이들은 잠자는 토끼들을 깨워가며 토끼들과 협업해 꾸준히 한 발 한 발 내딛는 방식으로 변화를 일궈나간다. 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카리스마 리더십보다는 강직하지만 따뜻한 옆집 아저씨 모형이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강력한 목적 스토리에 대한 믿음을 실천해서 조용한 혁명가의 모습을 남겼다. 아마도 구본무 회장의 진성 리더십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우리의 미래를 인도할 것이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강력한 목적 스토리에 대한 믿음을 실천해서 조용한 혁명가의 모습을 남겼다. 아마도 구본무 회장의 진성 리더십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우리의 미래를 인도할 것이다.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란 조직이 지향하는 목적을 구성원의 마음에 성공적으로 심음으로써 맥락을 만들고 이 맥락을 통해 구성원과 같이 목적을 달성해 변화를 완성하는 리더를 말한다.

진성 리더는 목적을 구성원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게 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간다. 진성 리더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방식은 목적을 구성원의 마음에 족적으로 남김에 의해서이다. 족적으로 남겨진 목적은 리더의 사후에도 후세대들의 기억 속으로 편입되어 계승된다. 리더의 육신이 죽음으로 사라진 후에 이들이 남긴 유산을 받아들이는 것은 후세들의 자발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죽음으로 이미 소멸된 리더는 물리적으로 자신이 남긴 유산을 받아들이라고 후세에게 강요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소실된 것이다.

이 유산이 계승되는 것은 전적으로 후세의 자발성에 근거한다. 후세가 이 족적을 자발적으로 자신의 기억의 일부로 받아들여 자신 삶의 플랫폼으로 삼으면 족적은 미래의 강을 타고 계속 흐른다. 족적이란 바통이 후세에게 성공적으로 넘겨진 것이다. 이런 족적을 남길 수 있는 회사는 시간의 검증을 거쳐 백년기업으로 탄생한다. 백년기업의 원리는 리더가 남긴 족적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원리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 후세에게 남겨줬어도 이 재정에 족적이 담겨 있지 못한다면 100년 기업으로의 행보를 걷기는 힘들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남겨줬어도 이 기술에 족적이 실려 있지 못하면 기술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못하고 고사당한다.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남겨진 족적은 구 회장이 남긴 부와 기술을 넘어 후세들에게 무리 없이 계승될 전망이다. 결국 LG는 재벌기업 중 100년 기업으로 검증받는 일에 가장 선두에 서 있다.

목적지에 대한 강한 믿음 보여

진성 리더는 구성원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해가며 목적에 대한 시안을 수정한다. 일단 목적의 시안이 만들어지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현해보려는 과정을 통해 목적에 대한 자신과 구성원의 심지를 굳게 만드는 작업에 몰두한다. 또한 진성 리더는 이렇게 만들어진 목적을 기반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 목적을 판매한다. 가격, 기능 차별화를 넘어 목적에 대한 철학적 체험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진성 리더는 이렇게 판매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담긴 목적이 세상에 대해 울림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아 제품과 서비스를 진화시킨다. 서비스와 제품을 진화시키는 과정은 목적에 대한 믿음을 진화시키는 과정과 같다.

진성 리더들의 조직을 100년 기업으로 진입시키는 행보는 급진적 거북이의 행보와 비슷하다. 급진적 거북이란 필자의 저서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 설파한 100년 기업으로 진입하는 회사들의 원리다. 목적지에 대한 믿음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급진성을 보이는 반면, 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는 거북이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지금 가진 것만 갖고 시작할 수 있는 것에서 변화를 시작한다. 이들은 잠자는 토끼들을 깨워가며 토끼들과 협업해 꾸준히 한 발 한 발 내딛는 방식으로 변화를 일궈나간다. 또한 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카리스마 리더십보다는 강직하지만 따뜻한 옆집 아저씨 모형이다.

급진적 거북이 경영자

1995년 회장 취임 후 타계하기 직전까지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항상 똑같은 톤으로 일관되게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일단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그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기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부단히 도전해 달라"고 급진적 거북이 모형을 주문했다.

구본무 회장이 100년 기업으로 향한 LG에 급진적 거북이 모형을 제대로 선보인 것은 LG디스플레이, LG화학, 지주회사 전환, 계열분리 과정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급진적 거북이 경영자로의 정수는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빛났다. 큰 손실을 감수하고 반도체를 현대에 넘겨줘야만 했던 억울한 빅딜에 자포자기하지 않고 액정사업을 제2의 반도체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액정에 집중해서 LG디스플레이를 일궈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분야의 초일류기업이고 차세대 기술인 OLED 기술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또한 LG화학을 중대형 배터리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일궈냈다. 미래의 기술의 원천을 재생 가능한 이차전지와 이차전지를 확장한 자동차 배터리 사업으로 규정하고 R&D에 집중했다. 1990년대부터 투자해 계속 적자가 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실패했어도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라”고 경영진에게 급진적 거북이 자세를 주문했다. 배터리 부문은 전기차가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면 LG의 확실한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 될 전망이다.

구본무 회장은 경영진에게 정도경영을 하는 급진적 거북이 자세를 주문했다. 정도경영의 진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통합지주회사 (주)LG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다른 재벌기업과는 달리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 유상증자를 통한 공개매수라는 정도를 택했다. 사업 자회사들도 동시에 공개를 추진하는 방식을 써서 지주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정도를 택했다. 지배구조 개선에 들어간 비용은 결국 목적투자를 위해 쓴 돈으로 볼 수 있다. (주)LG는 지주회사 전환의 한국 표준을 설정했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한 공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기여이다. 이번에 ‘구광모’로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들어갈 1조로 예상되는 세금도 투명하게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의 급진적 거북이 경영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난 것은 2005년 3월 31일 3대째 내려오면서 57년간에 걸친 구씨와 허씨 동업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아름다운 이별로 마무리 한 건이다. 2004년 7월 LG가 다시 두 개의 순수지주회사인 LG와 GS홀딩스로 분할됐고 GS그룹은 2005년 3월 완전히 계열 분리됐다. 구본무 회장은 현금 흐름이 좋은 알짜사업인 금융업, 전선, 정유, 건설, 유통 등을 넘겨주고 몸으로 어렵게 사업을 해야 하는 사업부문만을 챙겼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칭하는 이유이다. 현금흐름이 좋은 사업영역이 현격하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의 시가총액은 7조원에서 82조원으로 불어났다. 계열분리 이후 매출도 다섯 배 정도 늘었다.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급진적 거북이 경영자로서 가장 큰 공과는 뛰어난 자신과 같은 급의 CEO를 키웠다는 점일 것이다. LG에는 구본무 회장급의 급진적 거북이 경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않기 때문에 신문지상에는 자주 오르내리지 않지만 조용하게 LG의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눈여겨 볼 차세대 급진적 거북이 경영자들로 지주회사를 이끌고 있는 하현회 부회장, 가전을 이끌고 있는 조성진 부회장, 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을 들 수 있다.

LG는 미래의 먹거리 사업으로 B2B와 자동차 배터리와 전자부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표준으로 설정되고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전환되면 현대자동차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아마 LG가 될 전망이다.

100년 기업으로 탄생하는 것은 시간의 검증을 어떻게 넘어서는지에 달려 있다. 시간의 검증은 총수가 시간을 앞서서 자신들의 업의 본질을 제대로 정의하고 이 본질을 현재로 가져와서 자신의 실험실에서 실험하고 검증해서 이 결과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실어서 사업의 본질인 목적을 팔 수 있는 목적경영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미래로 흐르는 목적을 찾아 먼저 가서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시간을 선도해서 100년 기업의 고지를 넘을 수 있다. 기업의 미래는 사업가 자신이 남긴 족적을 미래세대가 자발적 마음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기억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편입시킬 때 만들어진다. 구본무 회장은 이런 <미래의 실험장>으로 마곡에 LG 사이언스 파크를 완성하도록 동생 구본준 회장에게 마지막 유지를 남겼다.

사마천의 사기에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성구가 나온다. 배나무와 복숭아나무는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꽃과 열매가 있어 사람들이 모이게 하므로 그 밑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을 갖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남긴 LG의 스토리가 배나무와 복숭아밭을 일구고 있으므로 멀리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 것이다. 故 구본무 회장이 남긴 열매에 대한 향기와 달콤함이 우리 기억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체화된다면 사람들은 LG가 하는 일에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자발적으로 동원해가며 응원할 것이다. LG는 미래를 선도하는 100년 기업으로 자연스럽게 탄생할 것이다. LG가 대한민국에서 재벌로는 자신의 목적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목적경영의 효시가 되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다른 재벌총수와는 구별되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육군병장 만기제대가 그 이력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강력한 목적 스토리에 대한 믿음을 실천해서 조용한 혁명가의 모습을 남겼다. 아마도 구본무 회장의 진성 리더십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우리의 미래를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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