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호의 CEO INSIGHT
아이디어는 사람살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 정신이 만났을 때 빛을 발한다. 물론 그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필요하며 이로울 수 있는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나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작가의 집요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치밀한 관찰력과 무한한 상상력이 더해져 대작 소설이 탄생한다. 호기심은 질문을 낳고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탐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베르나르의 장편소설 《개미》나 《뇌》에는 작가의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가 이어져 독자의 경탄을 자아낸다. 천주교 신자였던 최인호 작가의 호기심과 탐구력은 인간 부처라 칭하던 고승 ‘경허(鏡虛)’의 구도의 삶을 추적해 나간 《길 없는 길》에서 잘 드러난다.
필자는 30년간 식음료업계에서 일하면서 소위 히트상품을 8개 이상 기획하고 출시한 바 있다. 개발, 생산, 영업 및 마케팅 요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성과물들이다. 이들 히트상품의 공통점도 모두 질문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제품 몇 개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음료 신제품 기획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소망이 있다. ‘남녀노소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싶은 음료’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본인도 마찬가지로 신제품을 기획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밥 같은 음료를 만들 수는 없을까?”
남녀노소가 하루 세끼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밥인데, 이런 음료를 하나 만들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아니겠나 싶었다. “그럼, 밥은 무엇으로 만들지?”라는 질문에 답은 바로 쌀이었다. 쌀로 음료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의 원료이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은 모두 좋아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에서는 밥을 만들어 먹었지만, 서양에서는 밀이나 보리로 빵을 만들어 먹었다. 주식 급 곡물을 갖고 각기 밥과 빵을 만들어 먹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런데 이 주식 급 곡물을 갖고 동서양에서 공통으로 만들어 먹던 것이 술이었다. 동양에서는 쌀로 막걸리를 만들고 이를 증류시켜 소주나 정종을 만들었다.

서양에서는 보리와 밀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 맥주를 증류시키면 위스키가 된다. 중국의 대중적인 술은 바이주라고 불리는 고량주다. 고량(高粱)이라는 것이 중국에서 많이 재배되는 수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 모든 국가에서는 자기네 주식 급 곡물을 재배해서 밥과 빵 그리고 떡을 만들어 먹었고, 공통으로 술을 빚어 마셨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술이 무엇인가 살펴보니 ‘알코올 드링크’다. 알코올 드링크가 있다면 ‘비알코올 드링크’가 있지 않겠는가 라는 답이 나왔다.
‘이 땅에서만 나는 작물로 음료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개발된 음료도 있다. 200년 이상 세계 음료의 역사 속에 수많은 소재의 음료가 만들어졌지만 한국이나 동북아 지역에서만 나는 작물을 찾는다면 독창적인 제품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표적인 동북아 특용작물이 매실과 유자 등이다. 이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매실 음료는 국내 음료 사상 출시 첫해 최고의 매출을 올린 제품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미국에는 콜라가 있고, 일본에는 녹차가 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음료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보리차 음료가 있다. 그동안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던 음료 시장에 생수 대체품으로서 생필품 음료 카테고리로 확장한 제품이다. 특히 보리숭늉 음료는 한국이 종주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생활 음료이다. 무설탕 무카페인 음료로 갈증 해소와 수분 보충 등 음료 본연의 특장점을 완벽하게 갖고 있는 제품이다.
그 밖에도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도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는 탄산음료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나온 맥주 맛 보리탄산 음료, ‘진토닉이 영국의 대중적인 음주문화라면 한국에서는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소토닉용 믹서 제품인 토닉워터가 있다.

히트 상품을 만든 비결 아닌 비결은 잘 팔리는 제품을 찾기보다는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찾으려는 노력과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영어 단어 good은 좋은, 적합한, 알맞은 이란 뜻의 단어다. 여기에 s를 붙인 goods는 상품, 재산이라는 전혀 다른 뜻의 단어가 된다.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상품과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좋고 적합하며 알맞아야 한다.
아이디어는 사람살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 정신이 만났을 때 빛을 발한다. 물론 그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필요하며 이로울 수 있는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영혼 한 스푼 넣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니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 조운호 전 웅진식품,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
